강원랜드에서 만났던 사람들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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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에서 만났던 사람들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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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에서 만났던 사람들 2화 



마치 정해진 하루의 일과를 매일매일 반복하는 공산주의 시절


동독의 식료품가게 사장처럼 규칙적으로 게임을하는 김형은 진정한 중독자였어. 


주변 사람들과는 아는 척을 하기는 하지만 얘기는 별로 안해. 


내가 옆자리에 앉게 되면 옆에 있는 나하고는 얘기를


조금 하지만 그냥 인사만 할뿐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어.  


그러던 어느날 내가 강원랜드에 갔는데, 자리예약이 안된채 간거기 때문에 난 뒷전을 칠수밖에 없었어.


그래서 당연히 김형의 뒷자리로 달려갔지.

 

왜냐면 내 소중한 돈을 게임룰도 잘 모르고 자기 멋대로게임을 하는 사람에게 맡길수는 없잖아. 

(참고로 말하자면 뒷전에서 사이드 배팅한 사람은힛 스테이 더블 스플릿에 대한 권한이 없다.앞전이 하는대로 그냥 따라가야 됨.그래서 좃 병신같은새끼 뒤에서 뒷전치면 돈 다 날아가는 경우 생기니까 유념해야 됨)


김형 만큼 앞전으로 든든한 사람도 없었지. 단언컨데 난 지금이라도 강원랜드에서 누구의 뒤에서 뒷전을 치겠는가?


라고 지나가는 여대생이 묻는다면, 0.14초의 망설임도 없이 "김형" 이라고 대답할 수 있어.

 

그만큼 김형은 믿음직스러운 '베이지커' 였으니까.


근데 그날은 김형이 한시간 정도 게임을 하더니 "나 잠깐 나가야 되니까 내 자리에서 남은 시간만큼 해" 라고 하더니


옷을 챙겨 입더라고. 난 일단 고맙다고 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조금 이상한 마음이 들었어. 


'동독의 식료품가게 사장처럼 규칙적인 사람이 오늘은 왠일로 점심시간도 안되었는데 자리를 비우지?'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한 나는 그에게 물었어. 무슨 일 있냐고.


얘기를 들어보니 이사를 간다고 하더라고. 지금까지는 모텔에서 투숙했는데,

 

돈이 좀 많이 들어서 원룸을 하나 얻었다는 거야. 


그래서 4년간 머무르던 모텔을 떠나서 원룸으로 간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도와 드릴까요?" 했더니 괜찮다고 하더라. 짐이라고 해봤자. 차에 가득 실려있는 옷밖에 없다고 하더라.

 

한시간 반 정도 지났을까? 다시 김형이 오더니 이사가 끝났다고 하더라고. 


4년동안 여기 있었으면서 이사를 한시간 좀 넘는 시간에 끝낼 정도로 김형은 짐이 없었던 거였어. 


가진 것라고는 옷밖에 없었던 거지. 왠지 묘한 기분이 들었어. 짐이 인생에 대한 미련의 척도가 


될수는 없지만 짐이 저렇게 적으면 홀가분하게 떠날수도 있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


그렇게 또 김형은 원래 자리에 앉았고 게임을 하고 있었어. 


김형은 카드가 잘 들어오면서 연승 분위기를 타고 있었어.

 

그런데 딜러가 교체되니까 "담배나 한대 피러 갈까?" 라면서 나를 흡연실로 인도하더라


어쨌든 보통 딜러교체가 되어도 자기 카드 잘 들어오고 연승하고 있으면 자리에서 뜨지 않는 것이 이바닥 생리이고


김형이 평상시에 하던 행동이었어. 하지만 담배피러 가자고 하길래 나도 그냥 쫄래쫄래 따라갔어. 


궁금한 건 참지 못하는 난 또 염치없이 물어봤지. 


나 : 불슈 왔는데 왜 일어나셨어요? 


지금처럼 랜덤셔플 돌리는 기계가 도입되기 전에는 동에다 카드를 담아놓고 순서대로 한장씩 뽑곤 했는데 


그 통의 모양이 마치신발처럼 생겨서 SHOE 라고 하더라. 


그래서 통에서 불이 날 정도로 잘된다고 "불슈" 라고 한다. 


반대로 졸라 안될때는 악슈라고 함김형 : 어? 저 딜러때문에...


나 : 딜러가 왜요?


평상시엔 딜러탓도 안하고 다른 핸디들 탓도 안하고 묵묵히 자기카드에만 집중하던 김형이었기에


좀 의아했지. (핸디중에 어떤 딜러 오면 카드 안된다 이런 미신 믿는 새끼들 종종 있음)


김형: 내가 4년전에 여기 처음 왔을때 제일 처음 만난 딜러가 저 딜러였거든, 그런데 다른 딜러때는 안되다가


      아까 그 딜러가 순번되서 우리테이블 다시 왔을때만 계속 따게 해줬어. 그래서 그냥 150만원을 땄어. 


      그래서 지금까지 코 꿰서 지금까지 여기 못 떠나고 있는거고. 그래서 보기가 싫어 왠지. 


      하면서 씁쓸하게 웃더라고. 


병신새끼야 그 때 땄으면 그냥 자리 박차고 520 몰고 부평으로 가지 왜 여기 중독됐냐? 라고 말하고 싶었지


만 소심한 나라서 그렇게는 못했어. 그리고 김형은 또 말을 이었지. 


김형 : 작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게임하느라 임종했다는 전화도 못받았어. 그래서 그 다음날 


       부랴부랴 내려갔다가 또 어쩔수 없이 여기로 왔는데 그래서 괜히 저 딜러 보면 밉고 성질나고 


       꼴보기 싫어서 그냥 내가 피해.  아마 저 딜러도 내가 일부러 피한다는 사실을 알거야. 왜 피하는


       지까지 이유는 모를테지만...


어쨌든 이날 김형은 자리를 많이 이석한 관계로 2시간이라는 허용된 시간을 다 써서 자리가 아웃이 되어버리고


평소보다는 일찍 식료품 가게의 문을 닫고는 새로 마련한 원룸을 정리한다는 핑계를 대며 일찍 내려갔어. 


그리곤 나도 잠깐 생각했어. 소중한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때 나도 저런 꼴을 당할 수 있겠구나. 


급한 연락 받았을때 서울에 있으면 한시간이면 가겠지만 랜드에 있다가 그런 소식 들으면 4시간은 족히 


걸리고 왜 이렇게 늦었냐는 말에 "도박하다가 늦었어요" 라는 천인공노할 말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김형으로 인해 깨우쳤어. 


하지만 김형은 아직도 강원랜드에 있어. 그 후로도 갈때마다 있었고 그날 또 계속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하루하루 근근히 연명해가고 있었지. 슬몃슬몃 지나가며 김형과 눈인사를 하면서 테이블앞에 쌓여 


있는 칩들을 보면 그가 오늘 얼마를 땄는지는 한눈에 대충 알수 있었어. 왜냐면 그는 항상 똑같은 금액을


페이하니까 단번에 알수 있었지. 


3년정지를 신청한 내가 3년후에 정지를 풀지 안 풀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3년후에 강원랜드를 찾아갔을때


그때에도 김형이 거기에 있고 내가 김형을 만나게 된다면 내 기분은 어떨까?


반가워서 해맑은 웃음을 짓게 될까?


아니면 아직도 그곳을 떠나지 못한 김형을 보며 씁쓸한 웃음을 띄며 인사를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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